가장 처음 의식적으로 외운 일본어는 이 단어일 것이다. (사람 이름이지만 뭐 어떤가)익숙하지 않은 음절이 잘 안 외워져서 몇 번이고 입속으로 되뇌어가며 외웠다.

초등학교 중~고학년이 될까 말까한 부스러기 시절, 드래곤볼의 세계에 흠뻑 매료된 나는 문득 만화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왜 그날 그런 대화를 하게 되었는지 계기는 잊어버렸다. 어느날 나는 부친에게 진지하게 도리야마 아키라가 얼마나 대단한 만화가인지 드래곤볼이 얼마나 명작인지 얼마나 세계적으로 상업적 성공을 거뒀는지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리고 나는 도리야마 아키라처럼 성공한 만화가가 되겠노라 선언했다. 어린 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부친은 당시 여느 어른들과는 사뭇 다르게 반응했다.
“그래. 너는 만화가가 되고 싶구나. 그래, 세계적으로 유명한 만화가가 되어라.” 그 말투는 진지했고 어딘지 뿌듯한 울림이 담겨 있었다.

세월이 흐르고 나는 전혀 다른 직업을 가졌지만 그날 저녁 상자리에서 모친에게“○○가 장래 유명한 만화가가 되겠다네” 라 부친이 자랑 아닌 자랑을 하던 순간을 나는 오래 기억한다.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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