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프로젝트 100

일본에서 겨울에 따뜻한 집 찾기 (1)

필구, 임필구 2020. 12. 18. 00:06

12월이 되니 여기저기서 내년 4월 입사/입학 때문에 집을 찾는다는 소식이 들린다.

찬바람이 그대로 스며드는 대부분의 일본 주택에서 많은 유학생 및 외노자 여러분이 덜덜 떨며 지내실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거주 공간으로서의 부동산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일본에서 겨울에 따뜻한 집, 비교적 덜 추운 집을 찾는 법을 알려드리겠다.
TMI지만 신졸로 취활하던 시절에 부동산 회사 면접도 갔었던 사람이다. 게임 회사에 취직이 안 됐으면 부동산 회사에 취직하지 않았을까?

바깥 온도가 10도 아래로 떨어진 추운 날이지만 난방 없이 23도


참고로 이것은 오늘 낮 재택근무 중인 우리집 방 온도이다. 이불 속 전기 장판과 가습기만 가동했을 뿐, 그 외의 난방 기구는 전혀 쓰지 않았다.
이만하면 두꺼운 털잠옷 하나 입고 슬리퍼 신으면 그럭저럭 버틸만한 온도이다.
실은 작년 겨울에 이사한 뒤로 겨울에 에어컨을 켠 적이 없다.

하지만 이런 나도 작년에 이사하기 전까지는 추운 집에서 덜덜 떨며 살았었다. 다음에 이사할 땐 반드시 따뜻한 집으로 갈 거라 이를 갈면서...

겨울철 일본 집의 실내 체감 온도
이것은 같은 시각 현관쪽(중문 밖) 온도는 15도. 보통 겨울철 일본 집의 실내 온도가 딱 이 정도이다(바깥 온도+5도)

*참고: 이 글은 도쿄, 싱글 여성, 1인 가구 기준의 임대 및 방문 관찰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먼저 한국적인 기준으로 겨울에 따뜻한 집의 조건을 생각해보자.

1. 남향
2. 온돌
3. 이중창
4. 베란다 샷시
5. 중문

아마도 이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서 몇 년 살아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위의 당연한 조건들이 일본에서는 전혀 당연하지 않다.

1. 남향: ○
2. 온돌: × 거의 없음
3. 이중창: ×
4. 베란다 샷시: × × ×
5. 중문: ○

온돌

작년에 집을 구할 당시 부동산 앱으로 검색해본 바로는 도쿄도내에 1인 가구용 물건 1DK/1LDK 중 온돌, 즉 유카당이 설치된 물건은 불과 100개 남짓이었다. 몇 안 되는 유카당 물건은 문의를 넣어보면 백퍼 외국인이라고 거절 당했다.

이중창

이것도 아예 없진 않은데... 1인 가구용 물건에서는 왠만하면 보기 힘들다. 일본에서는 철로나 고속도로가 가까운 집에 설치되는 특수 사양이다.

베란다 샷시

어... 있는 집이 있으면 알려주시라. 일본에 온 뒤로 본 적이 없다. 나 너무 궁금하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겨울에 따뜻한 집의 조건은 무엇일까? 부동산 덕후로서 15년 이상의 거주 경험과 방문 및 관찰로 추려낸 핵심 조건은 이렇다.

1. 맨션
2. SRC 철근철골 콘크리트 구조
3. 전체가 9층 이상
4. 평형이 고르게 섞인 물건(1DK부터 2LDK , 3LDK등이 섞인 곳)
5. 위 아래 양 옆이 다 있는, 사이에 낀 집 (양옆 끝집, 꼭대기층, 1층이 아닐 것)
6. 중문이 있을 것
7. 창이 적을 것, 한 군데만 있을 것(2면 채광이 아닐 것)
8. 남향
9. 실내 복도

중요도 순으로 적어보면 이렇다.

맨션

한국 기준으로 집=콘트리트로 지은 것일 것이다.
그러므로 목조는 논외로 친다.
목조가 흔한 일본에서는 어린이들에게 동화 아기돼지 삼형제를 어떻게 가르치는지 늘 의문이다...

SRC 철근철골 콘크리트

한국적인 집의 기준에 부합하는 건축 구조. 일반적으로 단열과 방음, 내진에 가장 유리하다.
RC 철근 콘크리트는 SRC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단열 방음 내진 등 건물 구조의 내구도 순으로 비교하면
SRC 철근철골 콘크리트 > RC 철근 콘크리트 > 경골 콘크리트(조립식 콘크리트) >>>>>>>>>>>>>> 아파트(목조 연립) > 잇코다테(목조 단독 주택)
순이다. 기억하자.

*참고 사이트
https://www.chintai.net/news/2017/08/29/3225/

「鉄筋」と「鉄骨」ってなにが違うの? 押さえたい建物構造のポイント | CHINTAI情報局

部屋探しをしているなかで気になるのが、建物の構造。「鉄筋」と「鉄筋鉄鋼」ってなにが違うの? 「RC」「SRC」ってなんの略?

www.chintai.net

 

전체가 9층 이상

SRC는 가장 내구도가 좋은데 그만큼 건축 단가도 올라간다. 일반적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위해 9층 이상의 고층 맨션을 주로 SRC로 짓는다. 물론 간혹 예외도 있다. 예전에 살았던 집은 단4층인데도 SRC였다. 집주인이 건축 관련 사업하는 사람이라 나름의 코다와리가 있었던 거 같다.

평형이 고루 섞인 집

1R/1DK 등 단일평형 원룸만으로 구성된 콘크리트 물건 중에는 겉 프레임만 콘크리트로 짓고, 내부는 석고 보드...같은 말도 안 되는 벽으로 방을 나눠 놓는 불량 물건들이, 간혹 있다고 한다. 내견을 가서 사방 벽을 다 두드려보면 알 수도 있는데, 사실 일반인이 이걸 가리기는 어렵다. 아예 처음부터 평형이 고루 섞인 안전빵 물건으로 한정하자.
평형이 고루 섞인 패밀리 타입 맨션은 보통 입지나 치안이 좋은 곳에 세우기 때문에 환경적인 면에서도 메리트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이에 낀 집

이건 국룰이다. 맨션만이 아니라 모든 구조의 집을 통틀어서 상하좌우 낀 집이 단열에 유리하다. 특히, 빈 집이 아니라 사람이 살고 있는 게 좋다. 규모의 경제를 생각하라. 위아래 양옆집에 사람이 살고 난방을 때면 절로 내 집도 어느 정도 따스해진다. (실내 온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바깥 기온만이 아니다. 옆집과 이어진 벽과 바닥 온도도 중요하다. 기억하자.)
-카도베야(끝집): 일본인들이 조용하다고 선호한다는 카도베야? 개나 줘라. 조용한 거 찾다가 얼어 죽는다. 일본에서 외벽의 꽃말은 입 돌아간다...
-꼭대기층: 여름에 옥상/지붕에 뜨거운 햇볕이 그대로 직격해서 덥고 같은 논리로 겨울에 춥다.
-1층: 습기 찬다. 찬 기운이 바로 올라와서 겨울에 춥다.
-높이와 층수가 2층 이상이어도 1층이 주차장 등으로 뻥 뚫린 곳은 안 된다. 바닥이 아이스링크다.

중문이 있을 것

보통 일본 맨션들은 왠만한 고오급형이 아닌 이상 복도식 구조가 일반적이고, 복도 샷시도 안 해서 보통 실외이기 때문에 현관문쪽에서 동장군이 쳐들어온다. 무조건 중문은 있어야 한다.

창이 적을 것, 한 군데만 있을 것(2면 채광이 아닐 것)

사이에 낀 집과도 연결 되는데, 보통 사이에 낀 집은 이면채광이기 힘들다. 사이에 낀 집이어도 이면채광이면 재검토.

창문이 따사로운 햇살이 드는 고맙기만 한 존재인 건 현관문 밖 복도가 실내이고 베란다에 샷시를 해서 공기의 쿠션층이 충분하게 있고, 심지어 그 창문을 이중 삼중의 페어 유리로 짜고 그걸로 또 이중창을 시공하는 한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런 게 일체 없는 일본 집의 창문은 해가 드는 동시에 열을 빼앗아 가는 존재이다.
창문이 많다=해가 든다=열을 빼앗긴다=추워진다
공기 쿠션층이 없다=단열이 안 된다=창문가에 결로가 생겨서 한강물이 흐른다... =곰팡이의 습격.....
이것은 동음이의어이다. 기억해야 한다.
TMI: 창문집 딸이 하는 말이니 믿으시오

남향

남향이면 물론 좋다. 그런데 남향집인데 해 잘 들고 추운 집/남향 아니고 해 잘 안드는데 따뜻한 집을 다 살아보니 남향은 의외로 겨울에 따뜻한 집의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물론 해가 잘 들면 빨래가 잘 마르고 기분이 좋고 등등 메리트가 많으므로 고를 수 있으면 당연히 남향이 좋다.

실내 복도

중문이 있을 것에서 설명했지만 고급 분양 물건 외에 임대로는 잘 없다.
의외로 아주 오래된 물건에서도 간혹 있는데... 한국의 계단식 아파트 구조를 생각하면 안 되고 복도조차 비좁아서 이사할 때 침대 같은 큰 가구 들일 수 있나? 걱정되는 물건이었다. 엘베도 없었다.

그외의 추가 사항 및 내견 가서 체크할 사항 등등은 다음에 (2)에서.

일본에서 겨울에 따뜻한 집 찾기 (2) - https://kana.tistory.com/m/36

일본에서 겨울에 따뜻한 집 찾기 (2)

(1)편에서는 일본에서 겨울에 따뜻한 집의 필수 조건을 알아보았다. 일본에서 겨울에 따뜻한 집 찾기 (1) - https://kana.tistory.com/m/35 일본에서 겨울에 따뜻한 집 찾기 (1) 12월이 되니 여기저기서 내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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